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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전반전

박사과정 동료와의 관계

by hejsan 2020. 3. 11.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이 무엇일까? 인간관계다.

어느 직장에서든 동료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는 일-생활 균형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도교수 외에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동료이며 이들은 알게 모르게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동료와의 관계는 아마 학문마다 큰 차이를 보일 듯 하다. 실험이나 공동연구가 많은 자연계열 대학원의 경우 함께 작업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동료와의 관계 형성, 유지가 다른 계열 대학원에 비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내 경험 (사회과학 대학원)을 비추어 볼 때, 동료 관계는 여기서도 중요하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에 비해 협업의 빈도가 적고 주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은 박사과정생이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과 감정적으로 틀어지면 몇 년간 고생하기 쉽기 때문에 좋은 관계 형성에 일정 시간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졸업 후 학계에 남는 동료들이 많다면 지금의 관계 형성이 앞으로의 평판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박사과정 중 다행히도 나에게 맞는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연구적으로 나한테 굉장히 지적자극을 준 동료도 있었고 성향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공통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었던 동료도 있었다. 비슷한 연구 분야를 하는 동료끼리는 종종 의견 대립도 있고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 조금 자유로웠던 것 같다. 내가 워낙 outlier 여서....

사실 몇 몇 박사과정 cohort 는 서로 까기 바빴다. 나는 그거 들어주느라 바빴고. 한 친구는 다른 친구를 뱀으로 묘사했으며.... 그 친구는 자신을 욕한 친구를 기회주의자라고 까댔다. 허나 언젠가 직접 대면하면 서로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곤 했다. 

 

나도 어느 정도는 내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박사 초기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어떤 동료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동료가 되느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제부턴가는 그냥 내가 가진 장점들을 노출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새로운 정보 공유를 많이 하려고 했다.

 

내가 내 동료 연구 분야를 내 동료보다 더 잘 알 수는 없으니까 가끔 논문 읽다가 동료 분야 중 재밌는 논문 있으면 공유하고 학계 가십 등등 뭔가 새로운게 나오면 공유했다. 이런 것 하나 하나가 꽤 임팩트가 있다고 느낀게 언제부턴가 대화를 하다보면 '아 지난번에 네가 보내준거' 혹은 '지난번에 말한 그 교수 있잖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외는 있겠지만 박사과정 중에 만난 사람들을 보면 동료와의 관계가 안 좋은 사람들은 결국 리서치도 썩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요즘 몇몇 학교를 보면 Co-authored paper 가 있는지도 Tenure 평가에 들어가고 동료 업무 평가도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에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대개 근무 평정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게다가 학계는 생각보다 좁다. 박사과정을 한 학교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평생 따라붙는 경우도 있고 포닥이나 연구원으로 일한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게 잡마켓에도 영향을 주는게 채용 중인 학교의 Committe가 Informal 하게 학회에서 만난 이들을 붙잡고 Candidate 에 대한 평가를 묻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동료와의 관계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1) 약간의 시간이라도 써라 (점심, 커피 등등), 2) 얘기를 들어라 (내 얘기만 하지 않는다), 3) 무언가를 주어라 (give and take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면에서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함), 4) 칭찬해라 (아 또 publication 만들었다고? 나는 뭐지? 이런 질투의 감정에 휩싸일 이유가 1도 없다. 언젠가 나도 할 것이고 나는 경쟁자가 아니다 라고 생각해야 속 편하다. 일단 무조건 축하하고 칭찬해라), 5)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고 같이 고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라 (이것이 박사과정 중 나를 자유하게 만든 가장 큰 가치관이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한 번 더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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